728x90
반응형
상쾌해진 뒤에 길을떠나라
- 고진하
그대가 불행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대의 삶이
타인에 대한 불평과 원망으로 가득할 때
아직 길을 떠나지 말라
그대의 존재가
이루지 못한 욕망의 진흙탕일 때
불면으로 잠못 이루는
그대의 반이 사랑의 그믐일 때
아직 길을 떠나지 말라
쓰디쓴 기억에서 벗어나
까닭없는 기쁨이 속에서 샘 솟을 때
불평과 원망이 마른 풀처럼 잠들었을 때
신발끈을 매고 길 떠날 준비를 하라
생에 대한 온갖 바람이 바람인듯 사라지고
욕망에 여윈
순결한 사랑이
아침 노을처럼 피어 오를 때
단 한벌의 신발과 지팡이만 가지고도
새처럼 몸이 가벼울 때
맑은 하늘이 내리시는
상쾌한 기운이 그대의 온몸을 감쌀 때
그대의 길을 떠나라"
-시집<명랑의 시절> (문학동네,2015)
반응형
'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 > 인문학과 고전 그리고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억새가 가득한 상암동 하늘공원과 메타세콰이아길 산책 (0) | 2024.11.03 |
---|---|
한 호흡 - 문태준 (0) | 2024.08.27 |
화양연화 花樣年華 - 김사인,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 (1) | 2024.07.29 |
닭 - 이정록 (0) | 2024.07.12 |
닭을 날게 하는법 - 이호준 (0) | 2024.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