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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책 , 영화, 음악, 그림 그리고 전시회

소영란 개인전, 촉발 affect, 2024. 7. 10. - 7. 22., 인사아트센터 충북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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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자유로운 붓질의 만남, 그 울림
김종근 (미술평론가)

그는 어떠한 대상도 묘사되지 않은 채 색채만으로 구성된 그림 한 폭에서 눈부신 감동을 발견했다.
우연히 산책에서 돌아온 후 떨어져서 뒤집힌 자신의 그림에서 였다. 이 우연한 경험을 시작으로 그는 점,선,면 그리고 색채를 자유롭게 조합해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1908년 바실리 칸딘스키 추상회화의 출발이었다. 그래서 그는 '색상은 건반이고 정신은 피아노, 화가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영혼을 울리는 손'이라며 바로 화폭 위에서 색채와 형태가 음악처럼 어우러지는 조 화로서 새로운 예술의 탄생이 가능했다. 칸딘스키가 작품 제목에 붙인 즉흥, 작곡, 변주와 같은 단어에서 이러한 의도는 명백 했다. 뜻밖에도 소영란 작가의 회화에서 우린 마치 칸딘스키 작품에서 경험했던 그런 신비로운 세계의 이미지가 오버랩 된다.
무엇보다 틀에 박히지 않고 정형적이지 않은 자유스러운 풍경이 그리고 붓질이 그 시각적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소영란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예술적 근원과 욕망을 “촉발 affect”이라고 명명했다.
이 용어는 작가의 일상에서 문득 어느 순간 무의식의 상태에서 떠오르는 창조적인 에너지가 작품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지칭한다. 그 예술적인 감흥을 화폭에 펼쳐내는 강렬한 힘, 그것이 소영란이 풍경을 보고 해석 해내는 자유스러운 직관의 힘이기도 하다. 작가의 대형 화폭에는 그러한 예술적 충동과 감흥, 그리고 에너지의 흔적들이 색채와 선으로 곳곳에서 표출된다. 화면의 어느 부분, 어느 지점에서도 색이면 색, 선이면 선 주저함과 거침없음이 뚜렷하다. 소영란의 화폭에는 이처럼 칸딘스키적인 조형적인 요소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며 충실한 작품으로 완성된다. 그러한 회화의 조형적 형상은 물 그리고 나무의 풍경, 숲의 형상과 식물의 형태들 모두가 작가의 주변에서 포착되는 정겨운 장면들이어서 해독 불능의 것처럼 난해하지 않게 읽혀진다. 물론 그 풍경들이 화폭에 들어올 때는 때때로 수려한 붓질로 화폭을 가로지르며, 다이내믹한 색채들과 만나 추상적인 흔적들을 드러낸다. 특히 작품 속에 출현하는 대부분의 그 장면들은 풍경 같은 풍경이거나, 풍경을 닮지 않은 풍경으로 매우 인상적인 아우라의 매력과 추상 개념의 울림을 건네주기도 한다. 그 풍요로운 풍경의 열린 스펙트럼에서 볼 때 소영란 작가는 추상작가이기도 구상작가이기도 한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두 얼굴의 야누스 얼굴을 공유하고 있다. 아마도 그러한 예술가의 본질적인 감성이 이토록 회화적인 감성을 넘치도록 세련되게 잘짜인 구성처럼 조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매우 자유스러운 색채의 무게나 구성이 질서 있게 균형적인 무게와 형태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음악으로 치면 강약의 리듬을 화면에서 세련되게 박자로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보는 내내 작가의 생명체인 그림이 우리 마음에 심장을 흔들어 놓는 진동과 파장을 느끼게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작가의 내면에 메시지가 드러나는 창작의 뿌리에는 작가가 채집한 그 풍경에 대한 진정성과 뜨거움이 감정 이입되어 시각적 감정으로 전이된 것이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서 작업은 들여다보기와 바라보기 시점이 양분화된 관점"으로 이루어 진다는 작업과 관람자 처지에서의 경험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영란 작품의 회화성은 풍경의 조형적 고려에서 자연을 채집하고 해석하면서 모리스 드니가 정의한 "회화는 색채로 뒤덮인 하나의 평면이다"라는 이념에 색과 자유스러운 선적인 요소를 부가한 것이다. 그만의 독특한 풍경 속에 휘둘리는 선들도 존재하지만, 그 풍경에서 가장 먼저 관객의 눈을 사 로잡는 것은 선을 아우르며 감싼 색채의 강렬함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소영란 작가를 '추상주의자로 분장한 풍경화가'라고 부르는 것이 더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감정의 전달에서 마치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경계를 다양하게 색채와 선으로 정직 하게 경계를 넘나든다. 그리하여 어떤 시리즈의 풍경 일부에서는 매우 이성적인 감정선의 색채로 머물다가 실제 선긋기의 부분에서는 구체적이고 붓질에 명상적 태도를 엿보게 한다.
단연 추상화가이지만 가장 흥미로운 추상화에는 항상 구상적인 회화의 요소가 발견된다는 점을 우리는 소영란의 작품에서 경험한다. 작가는 작업실 근처 대청호 지역을 산책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작업의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Floating> 연작 에 표현된 이 풍경들이 비록 실증적인 모습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녀는 산책 중 만난 자연의 색채로 대청호 풍경을 모두 가슴에 품고 아우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소영란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사유적이면서 사색적인 감정들이 솟아나고 거침없는 색채와 선들의 리듬에서 칸딘스 키적인 추상화의 시각적인 감정에 무방비하게 납치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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