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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책 , 영화, 음악, 그림 그리고 전시회

고명근 개인전, 투명한 공간, 사이 거닐기, 2023. 8.30 - 11.19, 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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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근 개인전
투명한 공간, 사이 거닐기
Transparent Space, Walking in between

사비나미술관은 사진, 조각, 건축 요소를 사진조각'의 새로운 형식으로 도출하여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고명근 작가의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30여 년간의 작업과정을 아우르는 총 202점이 출품됐다. 시기적, 형식적 특성에 따라 배치된 전시품들은 개별 작품의 이해를 넘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과 세계관을 새롭고도 폭넓게 조망할 수 있도록 한다. 관객이 LED 조명이 설치된 구조물 위에 일렬로 진열된 작품의 동선을 따라가며 시기별 특징과 변모 양상, 변화에 영향을 준 요인 등을 비교, 분 석하는 아카이브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기획됐다.
2층에는 1980년대 말 작가의 뉴욕 유학 시절 초기 작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건물 Building> 연작이 배 치됐다. 뉴욕 브루클린의 불타고 부서진 빈집들을 찍은 사진 이미지를 나무 합판으로 만든 입방체 구조물에 콜라주 형식으로 붙이고 그 위에 레진을 부어 고착한 1996년 작품을 비롯한 초기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세계 의 건축물과 풍경을 촬영한 사진들을 투명 소재인 OHP 필름에 출력하고 플렉시글라스에 압착시켜 투명 다면 체 건축물로 만든 2000년부터 시도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작품들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시기적인 변천 과 정의 비교를 통해 단속적 변화가 아닌 다양한 매체 및 기법 실험을 바탕으로 앞선 시기의 작업이 뒤 시기의 작 업으로 발전하는 연속적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3층에는 자연 이미지를 채집해 사진 조각으로 만든 <자연 Nature> 연작과 인체 조각 이미지를 활용해 완성 한 <몸 Body> 연작이 전시된다. 작가는 세 가지 주제의 연작들을 시도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건물 Building> 연작은 건축이 몸의 확장이며 인간의 표현'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 <자연 Nature> 연작에는 자연이 인간의 시작이며 삶의 조건이라는 자연관이 표현됐다. 미니어처처럼 보일 수 있는 건물 연작의 한계에 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몸 Body> 연작은 몸이란 '기억, 감정, 의지를 담은 인간의 외피로서 의식 이 거주하는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즉 건물, 자연, 몸 연작은 건축, 자연, 인간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상 호관계성으로 연결되어 있는 공간개념을 새롭게 제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있다.
4층에는 최근 새롭게 시도하는 <삼부작 Trilogy 연작을 선보인다. '벽걸이 작업'으로 명명된 작품들은 2, 3층 에 전시된 투명 사진으로 이뤄진 다면체들의 전개도처럼 느껴진다. 삼부작은 세 개의 장소에서 포착한 세 부분으 로 나눠진 사진 이미지들이 자유롭게 뒤섞여 하나로 연결되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특징을 지녔다. 이러한 시 간과 공간의 교란을 활용한 기법은 현실 세계의 시공간에 대한 관습적 인식을 깨고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제공한 다. 여러 시간과 장소의 혼합,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지각이 뒤섞여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찰나와 몽환,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게 된다. 찰나와 몽환은 작가의 삶과 작업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고명근 작품세계의 핵심 개념은 실체 없음의 이치를 터득하여 본래의 비어있는 자리로 돌아가 나 자신을 성찰 하는 것이다. 그 공간은 시각적으로 비어있는 곳이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 비어있다. 작가는 비어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는데 따르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공간의 본질을 비움으로 정의한 고명근의 작품은 물리적 외부 공간과 비물질적 내부 공간(심리적 공간)으로 분리된 두 공간의 통합을 시도하며 공간의 본질적 개념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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