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FOUR» 2023. 5. 25 - 7. 30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2023년 두 번째 전시로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FOUR)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선보인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을 중심으로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주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중 2000년 이후에 제작된 작품을 중점적으로 선정하여 동시대 미술의 최신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1층 미술관 로비에는 한국 작가 황형신의 작품이 자리한다. 미술관의 건축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황형신의 <금속 사물> (2022)은 관람객을 맞이하며 가구로도 기능한다. 이어 지하 로비에는 리처드 아트슈와거의 문장 부호 연작 중 <느낌표 (검은색)> (2012) 작품을 배치하여 전시 관람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 공간을 새롭게 강조하고자 하였다.
7개의 전시실에 걸쳐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30여 점을 선보이며, 전시실 외에도 미술관 곳곳에 작품을 배치하여 일상적 공간의 전환을 유도하였다. 또한 각 출품작의 특성을 고려하고 관객에게 심도 있는 감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작품 간 여유 있는 공간 연출을 시도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이번 전시가 기계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하나의 작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관람객 개개인의 문화적 지평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1 전시실에서는 회화와 사진 작품을 한 공간에 배치하여 두 장르 간의 조화를 모색하였다. 황량한 라인강의 풍경을 포착한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대형 사진 <라인강 III >(2018)은 색면과 선이 도드라지는 추상적 이미지로, 사진의 회화적 감성과 가능성을 실험해 온 작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추상적인 거스키의 사진과 대비를 이루는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에서는 사진과 텍스트의 조합을 통해 고정된 사회적 관념을 해체하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각이 드러난다. 12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로빈 로드의 작품은 고정된 벽면 위로 퍼포먼스, 드로잉, 벽화 등의 매체가 혼합된 양상을 보여준다. 한편, 화면을 가득 메운 구름이 불안정하게 중첩된 안네 임호프의 회화는 여러 층의 경계가 공존하는 입체적 이미지로, 평면의 회화 위에 3차원적인 효과를 부여한 작업이다. 안드레아 지텔의 회화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텍스트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예술로 풀어낸 작가의 작품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서 1980년대에 시작되어 추상 회화의 영역을 확장한 로즈마리 트로겔의1 직조 회화부터 인간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는 린 마이어스의 회화 등이 위치하여 추상 회화의 변주를 살필 수 있다.
2 전시실에서는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 작가 세 명을 소개한다. '작품의 의미가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가'를 묻는 로버트 야니츠는 흔들리고 끊어진 붓질의 흔적을 통해 눈앞의 작품, 고정된 화면에서 해석의 단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표면 너머의 의미들을 추적해 볼 수 있는 틈새를 제시한다. 반면 사라 모리스의 기하학적 추상 회화에서는 작업 과정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매끈한 표면과 올곧은 선이 특징적이다. 건축물에서 일상품까지 현실의 대상을 그림으로 옮겨와 그 형태를 변형하고 해체하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변하는 현실 세계를 암시한다. 자신의 불안을 투영한 각종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스티븐 해링턴의 회화에서는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 위로 낙하하는 캐릭터 '멜로'가 하나의 패턴처럼 캔버스를 장식한다.
다양한 제작 방식과 시대적인 요소들을 중첩하여 회화의 범주를 확장하는 매튜 데이 잭슨의 작품을 시작으로 3, 4, 5 전시실에 걸쳐 폭넓은 주제의식과 형식적 실험을 보여주는 조각과 회화를 소개한다. 오늘날 '신체'의 물리적 현존이 마주한 복합적 현실을탐구하는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조각 <화가, 도판 2>(2021)를 중심으로 우르스 피셔와 라킵 쇼의 대형 회화가 마주한다.
일상의 요소들을 차용하여 혼란스러운 동시대의 현실을 캔버스 위에 풀어낸 피셔의 회화는 상상에서 시작되어 에나멜, 크리스털 등으로 호화롭게 장식된 쇼의 그림과 대비를 이룬다.
이어 빛과 공간에 대한 탐구라는 공통된 주제를 각기 다른 매체로 풀어낸 에토레 스팔레티의 회화와 드 웨인 발렌타인의 조각이 자리한다. 나아가 현란한 색채와 구성, 운동감이 특징적인 캐서린 번하드의 회화를 포함하여 토니 베반, 헬렌 마틴, 나티 우타릿, 로렌 할시, 케이틀린 코우를 포함한 주요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6 전시실에서는 '텍스트'라는 공통된 주제를 통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규모 작품들을 선보이며, 시야와 동선에 물리적인 개입을 최소화하여 관람객이 대형 작품에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였다. 중앙에는 멀리서부터 시선을 집중시키는 바바라 크루거의 대형 텍스트 작품 <무제 (영원히)> (2017)가 위치한다. 건축적 스케일로 확장된 크루거의 설치에서 '당신(YOU)'으로 시작하는 텍스트는 관람객을 압도하고 통제한다. 언어 작업의 선구자인 조셉 코수스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가져와 개념이 곧 예술임을 이야기한다면, 동시대 작가 아담 펜들턴은 텍스트를 개인과 사회 간의 관계를 탐색하는 이미지로 활용하여 기존의 개념들 위에 새로운 질서를 덧입힌다. 이 외에도 쩡판즈의 회화 등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소개한다.
7 전시실, 프로그램실, 그리고 복도로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여성의 신체를 심리적인 장소로 탐구해온 애니 모리스의 조각 <스택 8, 울트라마린 블루>(2022)부터 식민주의 역사의 잔재를 극적인 무대로 재해석한 윌리엄 켄트리지의 영상설치, 그리고 독재 정권에서 통제의 도구였던 빛을 희망의 상징으로 풀어낸 이반 나바로의 네온 조각까지 폭넓은 유형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1층 엘리베이터 앞 공간에는 관람객과 나누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예페 하인의 작품 <당신은 정말로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2015)를 끝으로 전시를 마무리하고자 하였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이처럼 다채로운 동시대 미술을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미의 정의를 확장하여 세상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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