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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책 , 영화, 음악, 그림 그리고 전시회

십일월이 지나는 산굽이에서 - 최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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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이 지나는 산굽이에서


                               최하림(1939~2010)

  
십일월이 지나는 겨울의 굽이에서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으며 가지를 늘어뜨리고 골짜기는 입을 다문다 
토사층 아래로 흘러가는 물도 소리가 없다
강 건너 편으로 한 사내가 제 일정을 살피며 가듯이
겨울은 둥지를 지나 징검다리를 서둘러 건너간다
시간들이 건너간다 시간들은 다리에 걸려 더러는 시체처럼 
쌓이고 더러는 썩고 문드러져 떠내려간다
아들아 
너는 저 시간들을 돌아보지 말아라
시간들은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니다 시간들은 거기 그렇게 돌과 같이 나둥그러져 있을 뿐.....
시간의 배후에서는 밤이 일어나고 
미로 같은 안개가 강을 덮는다
우리는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아직도 골짜기에서는 나무들이 기다리고 새들이 기다리고 바람이 숨을 죽인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오래도록 걸음을 멈추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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