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Min Collection, Ways of Seeing“
이 전시에서는 작품과 관련된 최민의 글 일부를 발췌하여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작품이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과는 달리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인다."라고 한 그의 말을 되짚으며 전시는 한 평론가가 작품을 본 방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최민은 존 버거의 저서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번역할 때 원제 'Ways of Seeing' 을 '보는 방식들'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보기'로 번역함으로써 기존의 아카데믹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보기의 방식을 강조하였다. 보는 방식에 있어 표준이 되는 하나의 방법은 없기에 우리는 그의 글을 실마리로 작품을 다르게 보는 방식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민 컬렉션은 미술평론가 최민(1944-2018)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161점의 작품과 25,000여 건의 자료로, 유족에 의해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에 2019-2020년 기증되었다.
최민은 비평가이자 시인, 교육자, 번역가, 기획자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미술, 영화, 사진, 문학 등 광범위한 문화 예술 분야에서 글을 쓰고 활동했다. 그는 1979년 시작된 미술운동 그룹 '현실과 발언'의 창립 동인으로 참여했으며 미술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현실 인식을 반영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 많은 미술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에게 미술은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의해 다채롭게 변화하는 것이었다. 예리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그가 남긴 많은 글들은 한 시대의 증언이자 기록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사실상 본다는 행위처럼 불안하고 변덕스러운 것이 있을까. 순수하고 확실하게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보는 것은 보는 사람의 과거의 경험, 선입견, 가치관,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직접적 정보와 지식의 영향을 받으며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게 마련이다."
- 최민, 「미술작품과 글 , (1981) 중에서
"이제 김영수는 이미지를 추적하고 사냥하는 데 홍미를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마치 노련한 사냥꾼이 더 이상 사냥이라는 행위를 멈추고 평생 동안 사냥해 왔던 동물을 조용히 관찰하며 같이 놀고 싶어하는 것처럼, 그는 이제 이미지를 사냥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와 더불어 같이 숨을 고르고 그가 이때까지 추구해 왔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나 관조하고자 하는 것 같다."
- [떠도는 섬] (2004) 중에서
<2004년 떠도는 섬> 시리즈는 김영수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남도 해안의 80여 개 섬을 다니며 촬영한 풍경을 담고 있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영정 사진을 찍는 활동을 진행했는데, 당시 산간 지역, 섬 등 사진관이 없는 소외지역민들이 주 대상이었으므로 그곳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다양한 장면들을 담아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태우고 섬으로 들어갈 배, 배 안의 선실, 섬에 들어가 영정 사진을 찍고 다시 배를 타고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의 틈새들을 기록했다. 바다를 가르는 배, 파도에 부딪히는 돌, 바다. 갈매기, 선실 창을 타고 내리는 빗방울, 섬 이곳저곳의 풍경 등 그의 눈앞에 허락된 것들을 유연한 태도로 찍었다. 최민은 김영수가 '무의식적으로 섬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라며 <떠도는 섬> 은 떠도는 작가 본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민에 따르면 이 사진들은 아무 데도 정주하지 못하는 영혼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고향을 찾는 것과 같은 역설적인 행각에서 마주치는 환영들'이다.
•거기서 정인숙은 조용하게 해방의 통로를 찾으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 금지된 곳을 통과하여 충만한 세계를.
행복한 자연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상상의 외로운 길."
- (희망과 안타까움 (2003) 중에서
<되돌아갈 수도 없고>는 눈 온 뒤 며칠이 지난 산을 등반했었던 작가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다. 눈이 반쯤 녹은 산과 질척거리는 붉은 흙길을 걸어가는 두 남녀가 보이는데, 저만치 앞서 걷는 남자와 거리를 두고 뒤따라가는 여자의 뒷모습에서 묘한 현실감과 긴장감이 드러난다.
방정아가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 30대 중반 무렵이었고 결혼 생활과 가정.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 등이 깊어지던 때였다. 작품 제목 '되돌아갈 수도 없고'는 이러한 고민의 상황을 반영한다. 남녀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인 거리를 짐작할 수 있으며, 어지럽게 뻗은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창백한 푸른색 눈과 붉은색 흡길과 어우러져 불안함을 증폭시킨다. 대안공간 풀의 기금 마련 전시에 기증된 작품으로, 이를 최민이 구입한 것이다.
<우이천변>은 최경한이 그린 간소한 스케치 작품으로, 작가가 최민에게 선물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민은 최경한의 그림에 대해 "초기의 서양적인 외피를 점점 벗어버리고 보다 진정한 문인화 정신을 다시 찾고 있다고 확인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경한이 사용하는 서양화 재료가 만들어낸 무정형의 형태와 미묘한 색조의 변화에서 수묵의 번짐과 오채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또한 최민은 최경한의 그림을 담담하다고 표현했는데, 그 의미는 '싱거운 것 같으면서 깊이가 있는 어떤 것. 심심한 것, 한결같은 것, 조용한 것, 가라앉은 것, 물과 관계있는 것'으로, 탈속한 정신세계와 연관된다.
<여기>는 공사가 진행된 철거 현장과 같은 주변의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을 담았다. 느닷없이 화면 전면에 등장하는 팔과 손은 평범한 풍경 안에 난입하여 화면을 낯설게 만들고 감상자에게 심리적 긴장을 유도한다.
2010년 작가는 재개발의 현장을 목격하고 그 폭력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충격적이면서도 희망이 담긴 기이한 풍경을 그리기로 결심했다. 기존의 재현적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편집, 연출하고 보다 직관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그 양가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풍경화이기도 하다. 최민은 이제를 '적극적인 플라뇌즈(faneuse)로 칭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화가로서 이제는 성차(gender)의 구분이나 위계를 벗어나 자신의 독자적인 시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도시 공간을 관찰하고 그것을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나는 주재환의 이러한 세계를 희화적 상상력의 세계라고 하기보다는 시적 상상력의 세계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시각적인 측면으로 은전하게 드러나지 않는 현실의 복잡한 맥락, 영원히 비가시적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나 영역에까지 그의 생각이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 ‘상상력의 자장‘ , (2001) 중에서
"나는 주재환의 이러한 세계를 회화적 상상력의 세계라고 하기보다는 시적 상상력의 세계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시각적인 측면으로 온전하게 드러나지 않는 현실의 복잡한 맥락, 영원히 비가시적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나 영역에까지 그의 생각이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 [상상력의 자장 (173 ) , (2001) 중에서
"갓 피어나려는 작약 한 줄기, 지금은 무시당하는 꼴이 되어 버린 채송화.
과꽃, 백일홍 등 예부터 귀염을 받았던 화초들의 한 부분, 며느리주머니, 노인장대.
솟대, 달개비 등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들꽃들의 모양.
민정기는 산수에 이어 이 작은 세계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다시 찾아보려 한다."
- '민정기의 산수, 화훼를 음미하기 위한 몇 가지 마음가짐 (1999) 중에서
2006, 부채에 아크릴릭, 50x35cm
2006, acrylic on fan, 5ox35cm
<제목 미상>은 여운이 1980년대 중반을 전후로 활발하게 제작한
민화풍의 회화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여운은 신화, 궁중장식화. 민화 등을 재해석해 현대의 사회상을 담아낸 작업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부채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용을 그렸는데, 1980년대 한지에 아크릴 물감 등을 활용한 작업에서 구사되었던 특유의 필치와 함께 자유롭고 호방한 기운이 느껴진다. 최민에게 줄 선물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2010, 한지에 먹, 목판, 20.7x29 7cm
2010, ink and woodcut on Korean traditional paper, 20-7*29-7cm
권한을 가졌을 때 발호하는 삿된 생각을 경계하라.
'호시탐탐'
<호시탐탐>은 목판으로 새긴 호랑이가 찍혀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앞면을 주의 깊게 주시하고 사냥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목판에 새겨 종이에 찍고 '호시탐탐'이라는 제목과 단기 및 작가의 서명을 붓으로 쓰고 낙관으로 마무리했다. 같은 해 민정기가 건강이 좋지 않았던 최민에게 호랑이를 세화로 그려 전달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김윤기도 최민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고자 이 작품을 선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윤기는 1990년대 초중반 사실적인 경향의 아크릴릭 작업을 주로 보여주었지만, 이후 이 작품에서처럼 한지에 먹, 목판화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왔다.
2004, 플라스틱 쓰레기, 껌종이, 리본, 소시지, 36x24 5*8cm
2004 plastic dustpan, gum paper, ribbon, sausage, 36×34.5×8em
<최민 형 회갑기념>은 주재한이 최민과의 오랜 인인을 바탕으로 60세 생일을 맛은 최민을 위해 제작해 선물한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천 원짜리 미술'이라고 불렀는데, 이 작품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파란색 쓰레기 위에 소시지 보트를 탄 중이 인형이 빵 끈으로 된 노를 젓고 있고, 그 위로 은색 겸 종이로 오린 구름이 날아갈 듯 위태롭게 붙어 있다.
쓰레받기의 선명한 파란색은 바다이자 하늘을 이루고 있다. 소시지와 종이 인형이 놓인 쓰레기 위에는 생활의 먼지가 그대로 쌓여 있어 그야말로 '일상의 예술화'를 목격하게 된다. 삶은 인생의 파도를 헤쳐 나가는 과정이고, 그 가운데 먼지바람 뒤집어쓰는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나아가는 중이지만 실상 그 세계는 별것 아닌 수도 있다. 현심의 비루함과 어처구니없음을 주재한 특유의 껄렁하고 초연한 태도로 풍자한 작품이다.
<마지막 날>은 만화적 형식에 디스토피아적인 내용과 분위기가 결합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이제가 작가 콜렉티브 ’기는 풍경'의 일원으로 참여했을 때 제작한 것으로, 당시 작가는 새로운 매체와 형식 실험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가을 미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와 과잉 개발의 과정 및 부작용을 조사하며 구상했던 내용을 이 작품에 표현하고자 했고, 타공된 세 개의 나무 패널을 주문 제작하고 여기에 검은색 테이프 커팅으로 윤곽선을 묘사하여 만화의 장면과 같은 효과를 의도했다. 마치 거대한 폭발의 현장 앞에 서 있는 듯한 인물의 뒷모습에서 만화적인 상상력과 표현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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