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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

속리산에서 - 나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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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俗離山)에서 
 
나희덕(1966~)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에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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