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속리산(俗離山)에서
나희덕(1966~)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에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반응형
'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출과 일몰사이-2019.10.18일 (0) | 2019.10.18 |
---|---|
만들어진 노을 (0) | 2019.09.01 |
서시 - 윤동주 (0) | 2019.08.20 |
‘청운문학도서관’과 ‘윤동주문학관’ (0) | 2019.08.20 |
삶이란 지나고 보면 - 용혜원 (0) | 2019.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