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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

인연 - 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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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因緣)


김해자(1961~)


​너덜너덜한 걸레
쓰레기 통에 넣으려다 또 망설인다
이번에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다
​삶고 말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또 한 살을 먹은 이 물건은 1980년 생​
​연한 황금색과 주황빛이 만나 줄을 이루고
​무늬 새기어 제법 그럴싸한 타올로 팔려온 이놈은
​의정부에서 조카 둘 안아주고 닦아주며 잘 살다
인천 ​셋방으로 이사 온 이레
​목욕한 딸아이 알몸을 뽀송뽀송 감싸주며
​수천 번 젖고 다시 마르면서
​서울까지 따라와 두 토막 걸레가 되었던
​20년의 생애,
​더럽혀진 채로는 버릴 수 없어
​거덜난 생 위에 비누칠을 하고 또 삶는다
​화염(火焰) 속에서 어느덧 화엄(華嚴)에 든 물건
쓰다쓰다 ​놓아버릴 이 몸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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