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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고랑 옥수수
최하림(1939~2010)
내 눈이 너를 보고
내 귀가 너를 듣는 동안에
감추인 아침이 차츰차츰 열리고
감당할 수 없이 세상이 밝아온다
경이로운 아침이여, 새벽부터 길들은 사립을 나서서 숨소리 깊은 들로 간다
내가 처음의 나그네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벌써 몇 사람 째 이슬을 털고 갔다
그들의 발걸음이 들을 깨우고 비린 내음 물씬한 밭고랑 옥수수들을 흔든다
옥수수들이 눈 비비며 일어나 제 모습 본다
우리도 어느 날, 들을 가면서 우리가 지나는
모습 볼 것이다
긴 낫 들고 그림자 드리우며 존재하는 것들이
밝게 얼굴 드러낼 것이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도랑에서, 나는 잠시 햇볕에 싸여 걸음이 미치지 않는곳의 신비를 본다
가려고 하지 않는 길들은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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