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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A:
HOBAN EMERGING ARTIST AWARDS 2024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전
일곱 개의 시간
10.04(FRI) ~ 11.09(SAT)
호반문화재단은 올해로 8회를 맞은 전국청년작가미술공모전(H-EAA: Hoban Emerging Artist Awards)의 선정 작가 전시 <일곱 개의 시간>을 개최한다. 많은 관심과 참여로 728명의 작가들이 지원하였고, 포트폴리오 심사와 작품 실물 심사를 통해 참신하고 예술성이 돈보이는 08AM(박세진), 김민지, 문준호, 박현지, 이송준, 조은우, 홍성준 총 7명의 작가를 최종 수상자로 선정하여 전시로 선보인다. 이번 선정 작가들은 선형적 시간의 흐름 안에서도 각자의 시간에 방점을 두며 독특한 작업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08AM(박세진)은 한 개인이 제 고유함을 쫓다 결국 보편적인 것들에 닿게 되는 현상들을 연구하며 가장 순수한 형태의 시각적 개체를 만들어낸다. 그는 통통 튀는 캐릭터들로 놀라거나 허둥대는 순간을 그리며 대중적인 형상에 서사를 감춘다. 작가는 이렇게 다시 회화 그 자체로 돌아오게 하는 장치를 통해 역설적이게도 작품에 내포된 물음을 환기한다.
김민지는 고향을 오가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적적한 감상을 그려내며 익숙한 일상을 통한 사유를 제안한다. 한지에 먹을 올린 화면은 담백한 빗소리를 머금고 풍경은 빗방울 뒤로 희미하게 멀어진다. 작가는 낯선 이의 시선이나 창과 비를 의도적으로 대입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회화 매체를 사용함으로써 시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문준호는 자연에서 시작하는 물음으로 완성된 회화에도 자연적 물질성을 부여하며 작품 안에서 끊임없이 철학한다. 작가는 유용하게 사용되는 실리콘의 물성을 활용하여 중첩해 쌓으며 작업하고 이후 물리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자연에 비유한다. 그는 자연을 닮은 작품이 이미 가공된 풍경이 되고 변하는 것을 고정된 시각과 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박현지는 희미한 기억이나 소망을 담아 내기 위해 터프팅 기법을 통해 촉각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불안했던 날에 위로가 되었던 것들은 자연이었고 따듯한 감각을 표현하고자 하니 손 끝에서 이어지는 실들은 나무와 꽃이 되었다. 작가는 꿈에서 본 듯 아름답게 차오른 화면에 '유토피아'라고 제목을 붙이며 작업을 통해 고요히 자생한다.
이송준의 작업은 사진 매체의 사실성과 복제성을 연구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대한 논의를 표현한다. 특히 픽셀을 재구성하며 변형되어지는 이미지를 조형언어로 번역하여 스테인리스 미러 볼로 연출한다. 작가는 이를 확장 시키며 반복적 형상이 불러 일으키는 우연한 시각효과에 집중하며 미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조은우는 빛이나 사운드, 인터렉티브 아트를 통해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뇌파를 감각화 하여 기계에 연동함으로써 새로 프로그래밍하는 작업은 인간이 아닌 '비존재'와 의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본다. 그가 두 영역을 혼재하는 방법으로 공존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우리는 인간과 과학기술의 철학적 사유를 시작한다.
홍성준은 회화적 틀 안에서 의도적으로 환영을 장치하지만 회화 자체의 물질성에 천착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물음에 다가선다. 그의 작품에서 일차적으로 시각이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적인 대상의 재현이지만, 물리적으로 인지되는 다음의 시각 정보는 3차원 물질로서의 회화이다. 작가는 표면과 지지체를 논해 온 미술사적 계보를 이어가며 다층적 회화성을 찾아간다.
이번 전시의 일곱 작가들은 각자 혼란스러운 시간을 수 없이 겹쳐 보내며 저마다의 장면을 그려냈다. 다른 이들보다 먼저 가서 본 풍경을 미확인물질로 은유하거나, 동시대의 충격적인 순간들을 회화적 장치로 여과하여 전달하거나, 차마 제 자리에서 한 발자국 뗄 수 없는 이들은 제 마음이 지나온 풍경을 꺼내 담는다. 또한 캔버스는 물론이고 한지와 실리콘, 패브릭, 스테인리스, 빛과 사운드 등을 활용하여 작품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하며 다매체 연구에 대한 최근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작가 개인에서 출발한 서사는 작품을 지나며 비로소 미학적 형상으로 변모하게 되어 보편적 메세지로 남았다. 호반문화재단은 지난한 시간을 기꺼이 겪어 낸 작가들이 예민하게 감각한 것들을 나열하며 각기 다른 일곱 개의 시간이 입체적으로 보여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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