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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책 , 영화, 음악, 그림 그리고 전시회

박승태, '아름다운 날의 기억', 2023.12.30, 인사동 더스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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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의 기억
IBK기업은행
교수/경영학박사 전길구
유난히 짧았던 봄이 지나고 숲은 짙은 녹색으로 출렁이고 있다. 비가 지나간 후 씻은 듯이 선명해진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하늘과 구름과 산을 배경으로 가끔 까치가 날고 숲에서 딱새가 지저다.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람마다 아름답다고 여기는 대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름다웠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고, 그것을 그림을 보고 기억 해 낼 수 있다면, 그래서 행복했던 날을 회상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박승태 화가는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그림의 이러한 역할을 염두에 두었다. 흐드러지게 핀 홍매화 위로 내리는 눈, 진달래가 가득한 산, 시야가 탁 트이는 해변, 강물 위에 반짝이는 윤슬을 그림으로 보면, 자연의 아름다운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정성을 들였음을 알게 된다. 한편, 눈비가 내리는 인사동의 밤 풍경이나 눈이 내린 포항의 거리는 약간 쓸쓸한 느낌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러한 서정이 소중한 기억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듯하다.
이번 전시 중 특별히 눈여겨볼 만한 작품들이 있다. 고즈넉한 숲을 그린 안개비', 자작나무 숲을 그린 '눈바람', 윤슬을 그린 '햇살 가득한 날' 등이다.
'눈바람'의 큰 화면을 골똘히 보고 있으면 자작나무 숲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작품들이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표현된 걸 보면, 진실하고 꾸밈없는 자연의 묘사를 찬양했던 라파엘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름이 일찍 찾아왔다. 계절은 바뀌는데 현대인의 팍팍한 일상은 언제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열두 번째 개인전으로 여러분을 찾아온 작가의 작품들이, 각자의 가슴속에 잠재하고 있던 아름다운 날의 기억을 되살려 줄 수 있다면, 작가는 하얗게 지새운 그의 밤들도 행복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6월 7일
작업노트 Working Note, 2023. 5. 15
배낭을 메고 계곡 바위에 걸 터 앉아 들려오는 물소리.
햇살 가득한 날 바다와 호수 위에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때론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안개가 자욱해도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던 자연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되새기곤 한다.
도시의 팍팍한 현실에 맞춰 외로운 삶에 지쳐가는 상황 속에 스쳐 지나가던 순간의 기억들을 캔버스에 담아 표현하고자 걷고 또 걸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나의 마지막은 항상 그러한 자연들을 그리면서 나의 그림들이 사람들에게 그 어떤 희망과 즐거움 등 새로운 안식처를 주고자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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