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드: 하나의 전체>에서 서혜영이 선보이는 작업들은 마치 마디에서 갈라 나온 잎과 가지처럼, 지난 20년의 여정에서 그가 피워낸 창작의 결과물들이다. 연결점, 기준점과 같은 의미를 지닌 단어 '노드'는 식물학에서는 식물의 마디(節)를, 음악에서는 선율을 구성하는 기준점을 뜻한다. 이는 그간의 작업들을 되짚어보며 주요한 분화점들을 정리하고 연결해보려는 이번 전시의 의도를 반영하며, 서혜영의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벽돌 유닛을 나타내기도 한다.
서혜영의 작업은 늘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 1996년 첫 개인전에서 뼈 조각을 통해 인간 존재를 품은 공간으로서 몸을 탐구한 작가는, 2000년 이후 벽돌을 쌓는 행위를 통해 구축되는 공간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오고 있다. 인류 문명 발전과 역사를 함께해 온 벽돌의 형상은 서혜영에게 있어 2차원과 3차원의 구분을 넘어 늘 창작의 기본이 되는 어법이다. 스틸, 유리, 거울, 목재, 왁스 등 다양한 산업 재료를 이용해 벽돌 모티프의 변주를 보여주는 그의 작업은, '사물의 공간‘, '가능성 있는 모든 결합‘과 같은 주제를 경유하며 일상적이고 공적인 공간에서 예술작품이 지닐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는 시도로 확장되고 있다. 직육면체의 벽돌과 삼각형의 유닛은 공간의 특성에 맞게 결합되고 해체되기를 반복하며 공간을 구성하는 일부이자 하나의 전체가 된다. 이러한 유닛의 유연성은 조각과 설치, 평면 등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고, 때에 따라 가구가 되고, 사물이 되며, 디자인이 되기도 하는 서혜영 작업의 가변적 특성을 드러낸다.
이처럼 서혜영의 작업은 벽돌에서 출발하여 벽돌로 돌아오면서도, 변화하는 환경 및 우연과 마주하며 때때로 다른 양태를 보여왔다. 지난 20년간의 작업은 어떤 만남과 발견들, 보고 듣고 읽게 된 것들을 계기로 조금씩 궤를 달리해 왔던 것이다. “분화하는 사건의 지점" 이라는 노드'에 대한 서혜영의 해석처럼, 이번 전시가 작가에게 있어 향후 뻗어나갈 가지의 방향을 모색해보는 마디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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