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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름, 나 이제 가련다. 오후의
부드러운 네 손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
그런데 내 영혼에서는 그 누구도 볼 수 없을거다.
여름, 죽어버린 연인들의
동강난 반지를 찾아 저 멀리서
축복하러 왔다가 실의에 찬 주교처럼,
너는 자수정과 금으로 된 커다란
로사리오를 들고 내 발코니로 지나갈 거다.
여름, 나 이제 가련다. 저기, 9월에 심은
내 장미를 네게 부탁하마.
죄악의 나날, 죽어버린 모든 날,
그 나무에 성수(聖水)를 주렴.
하도 울어서, 무덤이 신앙의 빛 덕분에
날갯짓을 하면,
연령(煉靈)을 위한 기도소리 드높여, 신께
이렇게 기도해라. 장미를 영원히 죽은 채로 두시라고.
모든 것이 이미 늦었을 거다.
그리고 내 영혼에서는 그 누구도 볼 수 없을 거다.
울지마라, 여름아, 저 이랑에서는
죽은 장미 한 송이가 수없이 다시 태어난단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세사르 바예호 시선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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