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 썸네일형 리스트형 접시꽃 당신 -도종환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옆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들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걸어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은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잃고 한참을 앉았다가 일어 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 구석을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를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 드려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 입니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