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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책 , 영화, 음악, 그림 그리고 전시회

(전시회) 배형경 개인전, What Still Remains, March 5 - May 2, 2026,갤러리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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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Still Remains
Bae Hyung Kyung
Solo Exhibition
March 5 - May 2, 2026
시시포스의 정원에서 길을 묻다
- 배형경, 그 침묵의 숲과 곁에 대하여
김종길 미술평론가

2023년에 그는 ‘없(無)‘을 따져 물었다. 이때 없은 무(無).허(虛).공(空)을 하나로 뚫어 꿴 물음이었으리라. 그가 오랫동안 꿍꿍해 온 있꼴(存在)'의 숨 꺼짐(사라짐)과 텅 빈 빔을 지나, 그 깊은 빈탕(虛無)의 끝에 다다라서 길어 올린 물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반드시 그리될 수밖에 없는 물음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번 전시의 말머리(話頭), "모든 것이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도 꿰뚫어 보아야 하리라. 이 말머리는, 작가가 고민한 'Only Human. Copying Human'에 담긴 지독한 되풀이 노동을 전제로 할 터. 인간 형상을 끊임없이 빚어내는 행위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는 '숨짓'이다. 그것은 매 순간 마주하는 '살골(實存)의 고통을 흙 속에 심는 수행 의례요, 고독한 투쟁이니까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고단한 노동 끝에 필터링되어 남겨진 인간성의 본질을 대면으로써, 불확실한 시대에서도
굴하지 않는 인간의 숭고한 무늬를 드러낸 전시로 보인다.

#1. ‘남겨진 것'으로의 이행
배형경은 《無, Be Nothingness》 (2023)로 ‘있꼴‘앞에 가로막힌 거대한 '벽'을 사유했다. 그때의 작업이 '없' 자리를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를 지우고 덜어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 그는 그 텅 빈 마음자리를 지나 한 걸음 더 나아간 물음을 던진다. "여전히 남겨진 것(What stil remains)은 무엇일까!" 조각은 덜어내고 남은 것이 아니라, 끝까지 덜어낼 수 없는 무언가를 만나는 과정이리라. 자코메티는 "더 이상 덜어낼 수 없을 만큼 줄였을 때, 비로소 인간의 실존이라는 핵심이 남는다"고 믿지 않았던가.
그는 사실 'Only Human. Copying Human'를 생각했다고 한다. 오직 인간만을 빚어온 그의 작품을 떠올리면 그럴듯하다. '오직 인간'이라는 작품세계는 '있꼴(存在)'에 대한 집요한 탐구에서 비롯한다. 인간 형상을 복제(Copying)하듯 반복해서 잉태하는 행위는, 매 순간 살아 움직이는 '살꼴'을 흙 속에 새겨 넣는 삶의 ‘아주심기'랄 수 있다. 찰나의 산알(生命)을 붙잡아 청동의 시간 속에 새기려는 이 지독한 싸움은, 역설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유약함을 가장 강렬하게 증명하기 때문이다.
2023년의 '벽'이 절망의 끝이었다면, 2026년의 '남겨진 것'은 그 벽을 뚫고 나온 잔해이자 정수이다. 흙을 붙이고 깎아내는 무수한 손짓은 시시포스(Sisyphus)가 바위를 밀어 올리는 노동과 닮아 있지만, 그 과정에서 걸러져 나온 결과물은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다. 그것은 '봄' 이라는 껍데기가 낡아 없어질지라도 끝내 닳아 없어지지 않는 인간성의 지독한 '넋꼴'이니까.
"What still remains"라는 물음은, 모든 겉치레를 걷어내고 남은 인간의 앙상한 '참꼴(眞實)'을 보겠다는 의지다. 그것은 비었으나 가득 차고, 사라졌으나 여전히 있는 '살꼴'의 역설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검은 군상들은 바로 그 지독한 사유의 필터를 통과해 살아남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인간 증명'인 것이다.
(이하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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