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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록
Good evening My Love
전시소개
하루의 시간은 균질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낮은 생존의 시간이며, 저녁은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회복의 시간이다. 허정록은 이 '저녁'이라는 시간대에 깃든 감정의 결을 오랜 시간 응시해온 작가다. 그에게 노을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하루의 끝에서 시작되는 또 다른 삶의 은유이자, 일상의 굴레를 벗고 본래의 자아로 귀환하는 통과의례적 순간이다.
이번 전시 《Good evening, My love》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저녁의 서사를 네 개의 연작-Sunset Euphoria〉, 〈Metaphor), 〈On my way Home〉, 〈Fantasy〉을 통해 펼쳐 보인다. 작가는 도시의 스카이라인 위로 번지는 노을, 빌딩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남산타워,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목의 풍경을 강렬한 색채와 역동적인 붓질로 포착한다. 화면 위에서 분홍과 주황, 푸른 밤의 색조가 충돌하고 화해하는 방식은 낮과 밤, 노동과 휴식, 역할과 본연의 자아 사이를 오가는 현대인의 심리적 진동을 시각화한다.
특히 〈Sunset Euphoria〉 연작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노을의 황홀경(Euphoria)이다. '유포리아'라는 단어가 함의하는 도취와 해방의 감각은 단순한 퇴근의 기쁨을 넘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게 하는 내밀한 의식(儀式)의 성격을 띤다. 작가는 이를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나 자신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라고 말한다.
이는 거창한 성취가 아닌, 하루를 견뎌낸 것 자체에 대한 긍정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연대의 메시지다.
〈Metaphor〉 연작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감각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다. 순천에서 작업하는 작가에게 서울은 설렘과 낯섦이 교차하는 장소다. 빌딩 숲에 파묻혀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리는 순간, 문득 시야에 들어오는 남산타워는 현실을 환기시키는 기표(記票)로 기능한다. 작가는 이 경험을 보편화하여, 일상에 매몰된 현대인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허정록의 회화는 풍경화의 외피를 입고 있으나, 그 본질은 내면의 기록이다. 그가 그리는 도시의 저녁은 객관적 재현이 아니라,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는 순간의 심리적 풍경이다. 이 전시는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저녁이라는 시간이 품고 있는 회복의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오늘 하루를 잘 버틴 당신에게, 그리고 저녁빛 노을에게-Good evening, my love.
갤러리아미디






























퇴근 후 마주하는 노을은 단순한 일몰이 아니라, 하루의 끝과 자유의 시작이 교차하는 특별한 순간이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붉게 타오르는 하늘과 도시의 불빛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어떤 말보다 깊은 위로를 전해준다.
창밖으로 스쳐 가는 거리, 반짝이는 빌딩의 실루엣, 그리고 노을이 깔아놓은 따뜻한 색채 속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현실을 내려놓는다. 하루의 피로를 뒤로한 채, 오롯이 감각을 열어 이 황홀한 순간을 만끽한다.
오늘도 나는 일상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찾아오는 작은 자유와 기쁨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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