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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YOUNG SOO
Gems found in nature
2024. 10. 16-11.9
SUN GALLERY 1-2F
세상과 나를 잇는 이영수의 제행무상 만화경
이영수 그림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의 명제를 쉽고 명징하게 보여준다. 현실 세계의 모든 것은 순간순간 생멸하고 변화한다. 그 어떤 존재도 항상불변(恒常不變)한 것은 없다.
인간이 나고 늙고 죽는 과정의 생로병사 이치도 같다. 이영수는 물방울이나 낙엽, 활짝 핀 꽃에 삶의 본질적인 이치가 투영된 그림을 선보여 왔다. 세상에 나온 존재는 예외 없고 한결같이 사라지는 숙명임을 극적인 아름다움으로 일깨워준다. 이영수의 그림은 소우주 품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만화경 환영'이다. 그래서 세상과 나를 새로이 되돌아보게 하는 묘한 끌림을 지녔다.
"빗방울에 / 풍경이 비치고 있다 / 물방울 속에 다른 세계가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 소년 시절 시(詩)에 나오는 문구이다. 작은 물방울에서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한 순수한 소년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물방울은 밤사이 이야기를 품은 침묵이다. 물방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디작은 몸체에 사방의 세상 이야기를 품어내는 신비로움에 감탄한다. 대하소설도 한 단어를 쓰기 위한 첫 획에서 출발하듯, 이영수의 물방울은 이미 온 세상을 비출 완벽한 빛의 유전자가 되고 있다.
간혹 그림은 다양한 감성과 감정을 한꺼번에 보여주기도 한다. 한 장면에서 모든 것을 다 상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수의 물방울도 세상을 바라보거나 만나는 창이며, 한편의 문학 작품 같은 역할을 한다. 그 물방울은 수행과 성찰, 회귀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그녀가 물방울을 그리는 과정 역시 기쁨과 분노, 평온과 불안, 설렘과 그리움 등 온갖 감정을 비워내고, 자신만의 고요함에 드는 명상적 행위이자 실천이다. 그렇게 인간 세상의 번뇌를 정화해 주는 적념(寂念)의 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첫 물방울이 땅에 닿아 대지의 향기로 공기를 가득 채우듯, 물방울 하나로 온 세상을 비추는 인드라망의 거울을 선물한다.
김윤섭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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