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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책 , 영화, 음악, 그림 그리고 전시회

제42회 에뜨왈전, 숨비소리,인사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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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에뜨왈전
ETOILE'S SUMBISORI
'숨비소리'는 좀녀(해녀)들이 물질할때 깊은 바닷 속에서 해산물을 캐다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밖 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휘파람 소리입니다.
숨비소리
에뜨왈의 '숨비소리'
양은희 / 미술평론
제주의 신성여고를 졸업한 미술반 여학생 9명이 만든 그룹 '에뜨왈(etoile)'이 올해 42년째를 맞는다. 그림을 그리며 나눈 우정을 지키려던 꿈 많은 여고 졸업생들이 시작한 모임이 어느새 제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여성작가 모임으로 성장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구성원은 조금씩 변했지만 첫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 일부는 여전히 남아서 이 그룹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단순히 회원들의 연례전에 머물렀으나 1990년대에 들어서는 여성주의 미술과 생태주의를 지향하며 주제의식을 키우곤 했다. 당시 에뜨왈이 주최한 전시들, <여성의 삶과 현실전>(1994), <여성이라는 프리즘 신문보기> (1996), <性.聖?> (1998)은 젠더와 섹슈얼리티 이슈를 표방하며 제주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주제를 미술계에 던진 바 있다.
그리고 이어서 에뜨왈 회원을 넘어 타 여성작가와의 연대를 모색하며' 제주여성미술제 (2000)를 기획하여 여성작가들과의 연대를 시도하기도 했다. 에뜨왈 회원들은 제주의 자연과 풍경, 신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개인적인 작업을 펼치곤 했다. 차곡 차곡 모은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전문 전시장에서 여는 연례전을 지속하는 한편 타 기관, 조직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사회에 미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 사람의 작은 발자국이 모여 길이 열리듯이 제주 사회의 곳곳에 관심의 시선을 두고 전시를 열어 여성 예술가의 존재를 알려왔다.
이번 인사동의 제주갤러리에서 여는 본 전시도 제주의 여성작가라는 숙명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해녀가 물 밖에 나와 억눌렀던 호흡을 내쉴 때 나오는 '숨비소리' 처럼 오랫동안 삶과 예술 사이에서 고뇌하며 응축된 여성작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작가들이 소녀에서 장년으로 변모한 삶과 예술의 여정, 꿈과 현실의 간극을 이겨낸 흔적이 주는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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