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작가노트
'그림과 그리움의 어원은 같다'
그리움이란 보고 싶은 것을 그림으로 떠올리는 것이 다. 보고 싶으나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늘 익숙하게만 보던 것을 낯설게 표현해서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창조하기도 하는 것이 회화 작업의 신비로움이다. 그 신비로움은 인간의 세계를 넘어서는 미지의 영역에서 출발한다.
니체는 그대가 창조와 함께 고독 속으로 들어가면 그 후에 정의는 비로소 절름거리며 그대를 따라 온다고 했다 창조라는 것은 본디 신의 영역이니 인간의 인식구조 안의 정의는 늘 뒤따를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창조는 신의 영역이었고 예술은 인간이 신의 영역을 들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인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켄타우로스나 판과 같은 반신반수가 등장한다 허리 아래는 굳건히 땅을 딛고 서있는 야생동물의 하체를 하고 상체는 하늘을 향해 직립해있는 수려한 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이상과 욕망 사이의 지독한 패러독스를 담고 있는 것이다. 신화를 읽으면서 반신반수는 다름아닌 인간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반신반수가 예술에 능한 존재로 표현된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예술이야 말로 인간만이 흉내 낼 수 있는 신의 영역이니까 말이다.
아주 먼 옛날 그림이란 기록의 역할을 수행했다.
인간이 무엇을 기록한다는 것은 역사의 시작을 의미한다 내가 오랫동안 작업했던 "역사속으로"라는 연작은 그림이 지닌 본연의 의미를 되살려서 그 안에 인간이 오랜 세월 추구했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다.
즉 예술의 역사에 관한 보고서인 것이다. 류시화 시인의 작품 중에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라고 시작하는 시가 있다. 내겐 무척 영감을 주는 문장이었는데 유년기에 남산기슭에서 자란 추억이 있어서일까 안개 낀 소나무 숲에 대한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수백 년을 한 자리에서 웅건한 자태로 서있는 소나무와 숲을 다 덮을 기세로 피어 올랐다가 한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안개는 영속과 찰나가 만나는 신비로운 장면이다. 신비롭다는 것은 역시 미지의 영역이며 즉 예술적 속성을 내포한다. 소나무가 지닌 아름다운 자태와 그 곁을 안개처럼 잘나처럼 지나가는 인간들의 삶을 사색해보는 작업들이 최근 "소나무 숲"이다. 작가란 그리운 것들을 기록하고, 안일하게 바라보던 사물들에 새로운 시선을 던져주고, 미지의 세계를 창조해서 보여주는 붓을 든 켄타우로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관찰하고 사색하고 작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치열한 소명이 무겁게 다가온다.
반응형
'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 > 책 , 영화, 음악, 그림 그리고 전시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갤러리은 문선영 개관 초대전, 《엮,꺼내다》, 2024.05.10 (금)~ 05.31 (금),갤러리은 (0) | 2024.05.14 |
---|---|
널 위한 문화예술*의 사적인 컬렉션, 남상운 작가, 2024.5- 5, 갤러리 몬도베르 (0) | 2024.05.13 |
양종석개인전, 2024.5.8 Wed - 5. 16 Thu, CALERYVIOLET 바이올렛갤러리 (0) | 2024.05.11 |
Egg, Ryu Noah, 2024. 5.3-5.31, 갤러리 A-L (0) | 2024.05.10 |
채현교 초대전 ,The Secret Garden, 2024. 5. 3. Fri - 5. 15. Wed, 갤러리 내일 (0) | 2024.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