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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향기/국내

10월 -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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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오세영(1942-)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이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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