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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 그리고 산책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기회/책 , 영화, 음악, 그림 그리고 전시회

달빛에 젖은 정情, 소찬섭, The 10th Solo Exhibition, 전북도립미술관 서울 스페이스, 인사아트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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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으로 정情을 나눈다
현란한 현대미술 판에서 돌조각을 하는 작가가 드물다. 육중한 화강석을 나르고, 자르고, 갈아내는 힘겨운 노동을 해내기가 만만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그는 매일매일 그것을 해내고 있다. 오십 중반을 넘기고 있는 중년의 나이에도 기꺼이 해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필자는 잘난 척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 그의 성품에서 찾는다. 허세는 개인이 느끼는 열등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메우기 위한 보상적 태도다. 그는 단단한 화강석만큼 이나 내공이 견고하기에 지치지 않는 성숙한 열정을 허세 없이 뿜어낼 수 있는 거다.
소찬섭은 돌을 깎는다. 무거운 돌을 정과 망치로 두드려서 형상을 끌어내는 일은 수행 하는 구도자의 몸짓을 닮았다. 뭔가를 덧대서 숨기고 분칠하는 행위와 반대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거친 작업 과정을 지나면 묵직한 울림을 주는 본질적이며 실존적인 형상이 탄생한다. 투박한 돌이라 믿기지 않을 유려한 인체는 지독한 고독과 깊은 사유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편으로, 부드러운 형상 안에 정으로 쪼아낸 흔적을 남긴 건 누구나 가슴 속에 있을 법한 상흔을 표현한 것이리라.
소찬섭은 달을 품는다. 달이 어깨에 걸려 있고, 가슴 속 깊이 파고들어 있다. 달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위성 이자 우주적 생명력의 전형 으로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달빛은 어둠을 몰아내기보다 어둠을 밝히면서 어둠과 함께한다. 달빛에 젖을 때, 만물은 하나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을 보며 밝음과 원만함을 이야기 한다. 한국 인들은 하늘을 우러러 달에 그들의 소망을 붙이고 살아왔고, 달을 생각하면서 땅을 일궜다. 그의 '가슴에 뜬 달'은 인간과 자연, 사랑과 꿈, 우수와 고독들을 담은 체험적 실체이자 총체적 상징이다. 그래서인지 진중한 성찰적 사유를 형상화 한 조각들은 섬세하고,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다.
문 리 미술평론가
- 평론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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